“시간은 멈춰 버렸는걸요.” 교회에 등록하고 얼마 안 되어 연극 모임에 참여했다. 부활절 주간에 올릴 계획으로 사무엘 베케트의 를 읽었다. 학교 수업에서 접한 베케트는 늘 ‘부조리극’이라는 키워드와 엮이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오직 나무 한 그루만이 서 있는 시골길 가운데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고도를 기다리는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고도는 오지 않고, 그 사이에 포조와 럭키가 등장해 한 바탕 놀다가 떠나갈 뿐이다. 그래서 왠지 ‘고도’ 하면 선형적 플롯의 거부, 전통적 시간관념의 해체 같은 말이 더 익숙했고, 그런 전제를 통해 작품을 읽을 때면, 마치 그 특유의 불가해함과 이로 인한 지루함이 ‘고도’ 특유의 속성인 것처럼 여겨지곤 했다. 그래서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해도 그 의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