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잡문 혹은 둘 다 6

230426 일기. 예심, 산책, 국면(얼레벌레 비틀비틀 짝짜꿍~)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잠깐 대화했다. 예심 때 지적받은 목차-혹은 범주, 유형-에 대해 수정 보완하기로 했다. 학식을 먹고 도서관에서 을 읽었다. 그래봐야 2-3시간 남짓인데 그마저도 살짝 졸았다. 너무 아까워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조금 더 이어서 읽었다. 3, 4, 5장을 복습해보라는 심사위원님의 말을 떠올렸고, 예심의 분위기를 다시금 떠올렸다. 소설성으로 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통해 다시금 소설의 생성 및 발전 도상을 규명한다는, 상호 참조 같은 이 기획은 볼 때마다 말이 되는 것도 같고 안 되는 것도 같고, 무엇보다 "이게 정말 돼요?" 싶은데, 또 아주 안 되는 건 아니어서 매번 신기하다. 그런데 예심 때 심사위원님이 충분히 이런 기획에 대해 동의한다고 하셔서 조금은 확신을 가졌다. 그렇다고 ..

230326 삶의 고백

2023년 3월 26일 예배에서 나눈 글이다. -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설명할 수 없는 부분-그러니까 지금 말하는 것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죠-을 거쳐서, 아무튼 저는 일을 잠시 쉬고, 운동을 하고, 상담을 받고, 논문을 쓰고, 사람을 만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기까지 많은, 정말 많은 과정이 있었는데, 그간의 아픔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건 하나님과 주변 사람을 통해 충분히 했습니다, 아마도요. (중략) 운동하며 근육을 키우고 지방을 빼는 일은 삶에 대한 은유 같습니다. 생활과 삶의 코어를 다잡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군더더기를 줄이는 일과 닮았거든요.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운동하는 연구자‘라는 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연구자의 언어가 운동하는 신체를 가질 때에만 할 수 있는 한층 구..

220304 일기. 독백을 넘어 읽고 쓰기

사회적, 역사적 차원에서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는 비평, 혹은 소설의 담론 분석에 대해 계속해서 읽고 있다. 한편으로는 변증법적이거나 맑스주의적이고, 한편으로는 형식주의의 빚을 지고 있는 듯하지만, 바흐친의 텍스트는 둘을 살짝 스치거나 빗겨 가면서 자신만의 주장을 빚는다. 이제까지의 분석 틀이 사회적, 역사적 필요에 따라 누군가가 당대의 체계로서 정해놓은 무엇이라면, 구체적인 언설은 그 체계와 체계의 경계를 뒤흔드는 언어적 다양성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협상과 긴장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적 담론과 소설적 담론을 비교하기 직전, 결국 어딘가를 향하며 타자를 통과해 스펙트럼처럼 퍼지는 ’말‘과 대화적 독백에 관해 논하는 데까지 읽었다. 바흐친의 글 덩어리들은 제각기 정합성이 있으며 전체를 모아서 봐도..

230302 일기. 걷기, 페달 밟기, 읽고 생각하기

일상이 이어진다. 바람직한 형태, 당초 생각한 형태는 아니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이어진다. 적어도 그러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이를테면 이렇다.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 운동이 끝나야 비로소 씻는다. 씻고 나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그리고 안방의 작업실로 향한다. 안방이 작업실인 건 아니다. 정확히는 안방의 침대 옆, 책상이 내 작업실이다. 그렇게 앉아서 뭔가를 읽고, 또 읽는다. 그런 일상이다. 최근에는 폴 프라이의 을 읽는다. 문학이론을 일별하는 강의지만서도 왜인지 늘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이래저래 씨름하다 보니 읽어내지 못할 바는 아닌데, 이걸 ‘읽어내다’라고 표현하는 데에서 모종의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을 읽는 건 아마도 오늘까지, 바흐친에 관계된 부분부터 바흐친이 긴밀히 관계된 부분까지..

230117 일기, 루틴 중기, 전사(前史), 그리고 전망

간헐적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 같다. 잠이 안 오는 건 아닌데(잠은 어떤 때보다 일찍, 자주, 잘 온다) 오래 못 잔다. 깨고 나면 묘하게 괜찮으니 문제의식을 잘 못 느낀다. 그러다가 지하철에서 서서 졸다가 휙 스러질 뻔하고는 놀라는 거지. 잠들고 깨는 시간과 새벽 운동의 루틴을 정하고부터 이는 좀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들면 4시반-5시 사이에 깬다. 몸에 근육이 붙어서 눈이 잘 떠지고 제 적정 수면시간이 줄어든 걸까요?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엔 종종 대낮에 피곤해지기도 하고 운동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으며, 지금의 수면시간이 간수치와 근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면 뭘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전에 받은 마그네슘과 칼슘을 꾸준히 자기 전에 챙겨 먹어서인..

221227 일기, 너의 길로 홀로이 가라(하지만?)

https://youtu.be/UFXNwLve6U0 자다가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이건 확실히 불합리하다. 분명 자다가 깬 이유야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깨고 나서 그 시간 동안 잠들지 못할 건 아니지 않은가. 내 몸은 입도 귀도 신경다발도 다 제대로 달려 있는 주제에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표현도 못 하고는 나중에, 이를테면 가장 집중력이 필요할 오후 2-4시경에 시위하듯 잠을 쏟아붓는다. 처음부터 왜 잠이 안 오는지 알려주고 그거 해결하고 마저 잤으면 됐잖아, 같은 생각을 한다. 신체의 표현형식에도 회피성 애착유형 그런 게? 있는 걸까요? 근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졸릴 때 잘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사냥감이 될 위험도 없고, 전쟁의 위험도…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튼 그것으로부터의 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