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2

230426 일기. 예심, 산책, 국면(얼레벌레 비틀비틀 짝짜꿍~)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잠깐 대화했다. 예심 때 지적받은 목차-혹은 범주, 유형-에 대해 수정 보완하기로 했다. 학식을 먹고 도서관에서 을 읽었다. 그래봐야 2-3시간 남짓인데 그마저도 살짝 졸았다. 너무 아까워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조금 더 이어서 읽었다. 3, 4, 5장을 복습해보라는 심사위원님의 말을 떠올렸고, 예심의 분위기를 다시금 떠올렸다. 소설성으로 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통해 다시금 소설의 생성 및 발전 도상을 규명한다는, 상호 참조 같은 이 기획은 볼 때마다 말이 되는 것도 같고 안 되는 것도 같고, 무엇보다 "이게 정말 돼요?" 싶은데, 또 아주 안 되는 건 아니어서 매번 신기하다. 그런데 예심 때 심사위원님이 충분히 이런 기획에 대해 동의한다고 하셔서 조금은 확신을 가졌다. 그렇다고 ..

예술가로서의 나, 그리고 가족에 대해: 이랑의 노래를 통한 자기서사 탐구

2018년 6월에 열린 한국비교문학회 에서 '자기 서사의 매체 적용 가능성 비교 연구: 영화 와 가수 이랑의 노래 가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원고 중 이랑의 노래에 관한 부분이다. 지금 보니 어떻게 썼나 싶지만, 뭔가 필요하면 또 쓰겠지. 분석 부분도 재미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찾아봐야 할 듯하다......지금 보면 또 다르게 해석되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여튼 이랑에 대한 첫 본격적인 분석이므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는 한국의 영화감독 겸 작가 겸 싱어송라이터인 이랑의 2집 앨범 제목이면서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 곡이다. 2016년에 발매된 이 앨범으로 인해 이랑은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당시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시상식에서 이랑은 즉..

그래, 그런 게 네 이야기가 될 거야: 대화를 대화하는 이랑의 <대화>

‘이 세계에는 뭔가 중요한 것들이 있을테고, 그건 내 얘기는 아니라는 것은 난 잘 알고 있어.’ 넋두리 같은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랑의 (3집 [늑대가 나타났다] 수록곡)는 그 시작이 무색하면서도 제목이 더없이 어울릴 만큼 대화를 논한다. https://youtu.be/Mq516rVg41k 이랑- 노래는 베이스를 이루는 단성적 목소리와 반주를 이루는 다성적 목소리, 그리고 두 개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이는 이미 노래 전체에 드리운 주제-독백적 자아와 대화적 화자 사이의 대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곡은 두 목소리의 주고받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쪽은 대화의 불가능성과 불필요성을 내내 역설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대화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말한다. 편의상 두 화자를 A와 B로 두겠다. A는 자신의 ..

220304 일기. 독백을 넘어 읽고 쓰기

사회적, 역사적 차원에서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는 비평, 혹은 소설의 담론 분석에 대해 계속해서 읽고 있다. 한편으로는 변증법적이거나 맑스주의적이고, 한편으로는 형식주의의 빚을 지고 있는 듯하지만, 바흐친의 텍스트는 둘을 살짝 스치거나 빗겨 가면서 자신만의 주장을 빚는다. 이제까지의 분석 틀이 사회적, 역사적 필요에 따라 누군가가 당대의 체계로서 정해놓은 무엇이라면, 구체적인 언설은 그 체계와 체계의 경계를 뒤흔드는 언어적 다양성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협상과 긴장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적 담론과 소설적 담론을 비교하기 직전, 결국 어딘가를 향하며 타자를 통과해 스펙트럼처럼 퍼지는 ’말‘과 대화적 독백에 관해 논하는 데까지 읽었다. 바흐친의 글 덩어리들은 제각기 정합성이 있으며 전체를 모아서 봐도..

230302 일기. 걷기, 페달 밟기, 읽고 생각하기

일상이 이어진다. 바람직한 형태, 당초 생각한 형태는 아니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이어진다. 적어도 그러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이를테면 이렇다.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 운동이 끝나야 비로소 씻는다. 씻고 나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그리고 안방의 작업실로 향한다. 안방이 작업실인 건 아니다. 정확히는 안방의 침대 옆, 책상이 내 작업실이다. 그렇게 앉아서 뭔가를 읽고, 또 읽는다. 그런 일상이다. 최근에는 폴 프라이의 을 읽는다. 문학이론을 일별하는 강의지만서도 왜인지 늘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이래저래 씨름하다 보니 읽어내지 못할 바는 아닌데, 이걸 ‘읽어내다’라고 표현하는 데에서 모종의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을 읽는 건 아마도 오늘까지, 바흐친에 관계된 부분부터 바흐친이 긴밀히 관계된 부분까지..

혼합, 분리, 애도와 잠에 대해: 정우-<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생물학적, 사회학적 오류로 점철된 정보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읽지 않거나 어릴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읽지만, 생존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헛소리들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아이에게 꼬박꼬박 주는 것. — 이영도, 중 정우의 는 정규 1집 이후 (, 등에서처럼) 점차 이행하는 그의 음악적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일종의 자장가로 기획된 이 곡은 벌스 이후 긴 나레이션이 이어지고, 브릿지가 나온 뒤에 다시 벌스를 반복하며 끝나는 간단한 구조를 지닌다. 공연 때에는 내레이션 부분에 정우 본인이 임의로 선정한 텍스트를 낭독했는데, 책 속 한 대목(이를테면 , , , 등)을 읽거나 자신이 직접 쓴 메모를 읽곤 했다. 자장가이자 옛날이야기여서인지 중심이 되는 내레이션이 바뀌곤 했는데, 정식 음원에서는 다른 ..

기억, 혹은 기억하는 우리를 기억하기: 정우-<먼지 같은 기록을 덮고>

2021년 4월 16일, 정우는 닷페이스와 4.16재단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작업한 곡 를 발표한다. 아래 썸네일의 노란 리본이나 발표한 날짜, 함께한 재단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곡은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를 되새기고 기억하기 위한 노래이다. 하지만 이 곡에 흐르는 정서는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여느 노래와 조금 다르게 흐른다. 그리고 그 다름은 곡에 메타적인 층위를 부여함으로써 이 곡만이 지닐 수 있는 풍성함을 드러낸다. https://youtu.be/2ZLSLLDjI-w 정우, 노래는 역설로 시작한다. 첫줄인 ‘밥 잘 챙겨 먹고 이불 속에 숨어있어’는 이미 그 안에 아이러니한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밥을 잘 챙겨 먹었다는, 어떤 규칙적이고도 건실한 생활의 표지는 이내 이불 속에 숨어 ‘있다’는 지속..

머문 어제를 딛고 당신과 마주할 내일: 정우-<여섯 번째 토요일>과 <뭐든 될 수 있을거야>

정우 오디세이 (2) -과 나 못다 한 안녕 https://www.youtube.com/watch?v=75tay629QyQ [온스테이지2.0] 정우, 은 단적으로 말해, '과거들에 못박힌' 채 낙엽처럼 지는 몰락 속에 머무르는 이야기이다. 이 곡에서 대체로 내일이나 미래란 존재하지 않으며, 고집스러울만치 어제 혹은 과거를 이야기한다. 이는 가사가 주로 과거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일례로 곡의 첫 부분을 살펴보면 이렇다. '당신'은 안경을 두고 '갔고', '나'는 작별을 채 건네지 '못했다'. '당신'이 '밝혀 둔' 등불에 '나'는 숱한 인사를 '헤아렸다'. 이후의 가사 역시 대부분 '-ㄴ'으로 이루어진 과거의 사건에 그 시선이 머물러 있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속삭이는 시놉시스를 보면..

안에서 밖으로, 다채로운 우리의 한때: 정우-[여섯 번째 토요일]과 <나에게서 당신에게>

정우 오디세이 (1) - [여섯 번째 토요일]과 돌아가, 사랑을 주고받았던 그날의 밤 [여섯 번째 토요일]은 정우가 씨티알싸운드에 들어간 이후 발표한 첫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가 처음 곡을 만들고 부르기 시작할 때부터 그 시점까지의 한 부분이 담겨 있다. 그때까지의 곡들을 그러모아 낸 만큼, 일견 앨범 자체에는 커다란 유기성이나 흐름이 없는듯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섯 번째 토요일]에 오롯이 담긴 하나의 커다란 시기는 곧 그만큼의 계기를 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중요한 전환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거칠게 말해, 앨범의 전반적인 기조는 '과거의 연장'을 그린다. 수록곡의 가사는 다채롭지만, 대부분 과거 어느 순간에 시선이 머물러 있거나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박제된 채로 지속되는 형태를 보인다...

230117 일기, 루틴 중기, 전사(前史), 그리고 전망

간헐적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 같다. 잠이 안 오는 건 아닌데(잠은 어떤 때보다 일찍, 자주, 잘 온다) 오래 못 잔다. 깨고 나면 묘하게 괜찮으니 문제의식을 잘 못 느낀다. 그러다가 지하철에서 서서 졸다가 휙 스러질 뻔하고는 놀라는 거지. 잠들고 깨는 시간과 새벽 운동의 루틴을 정하고부터 이는 좀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들면 4시반-5시 사이에 깬다. 몸에 근육이 붙어서 눈이 잘 떠지고 제 적정 수면시간이 줄어든 걸까요?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엔 종종 대낮에 피곤해지기도 하고 운동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으며, 지금의 수면시간이 간수치와 근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면 뭘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전에 받은 마그네슘과 칼슘을 꾸준히 자기 전에 챙겨 먹어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