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유머 중에 소위 ‘여름이었다 드립’이 있다. 대충 아무 말이나 써 놓고 끝에 ‘여름이었다’를 붙이면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어쩐지 청춘 로맨스물의 영향을 받은 걸로 보이는 이 유머는 의외로 정말 잘 어울리곤 했다. 이를테면 ‘저녁밥은 간단하게 라면에 김 싸서 먹었다’ 같은 문장은 어쩐지 구질구질한 자취생의 누추한 일상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뒤에 ‘여름이었다’를 붙이는 순간, 해가 채 지지 않고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가운데 저 멀리 어디선가 쨍하지만 나지막이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따라 산책이라도 나서는 듯한 풍경이 떠오른다. 아닌 것 같아도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나에게 여름은 밑도 끝도 없이 강렬하고 푸르고 평화로운 나날로 상상되었고, 그 상상에 자주 배반당하면서도 결국 몇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