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을 제대로 둘러본 건 작년 이맘때였다. 한적한 주말, 홍제동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자전거도 타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신 참이었다. 이태원에서 저녁 약속이 있다는 친구를 무작정 따라나섰다. 도착하자마자 친구를 보내고는 처음 보는 이스라엘 식당에 들어가 처음으로 후무스와 난을 먹어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갈 곳을 못 찾고 시끌벅적한 보광동 일대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좋은 식당과 카페를 찾아가 보기를 좋아하던 평소와 다르게, 그 날의 나는 혼자 가볍게 한 잔 할 만한 장소조차 찾지 못했다. 이곳에 내가 들어가도 될까, 내가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여기에는 학부 때 지내던 한적한 바다마을의 경험과 서울 한복판 사이의 문화적 격차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날 다행히 한적한 수제 맥주집을 한..